[비즈카페] 또 암초 만난 한글과컴퓨터

입력 2010-03-16 21:38


토종 소프트웨어업체인 한글과컴퓨터(한컴)가 또다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최근 경영진이 횡령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셀런은 지난해 프라임그룹으로부터 520억원에 한컴을 인수한 뒤 한컴 자산으로 셀런 측 부실계열사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주식거래를 중단시킨 상태다. 지난 15일에는 김영민 셀런 대표가 “판결과 무관하게 최근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PC가 대중화되기 시작할 무렵인 1990년 이찬진 현 드림위즈 대표가 설립한 한컴은 외산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서 토종업체로서 자존심을 지켜왔다.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봉착했을 때는 벤처기업협회 주도로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본부’가 결성되고 전 국민 ‘한컴 1주 갖기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컴은 2000년대 초반 적자에 시달렸으나 2003년 이후 7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144억원의 이익을 냈다. 특히 올해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제2 도약을 선언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일 CI(기업이미지)를 변경하고 3년 만에 MS 오피스와의 호환성이 뛰어나고 가격경쟁력도 우수한 ‘한컴 오피스 2010’을 내놨다. 경쟁사인 MS를 미스터 스미스(Mr. Smith)로 표현하며 “가격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다” “좋은 시절 다 갔다” “당신은 힘들겠지만 소비자는 행복해졌다” 등의 도발적인 광고도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는 IT업계는 착잡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컴이 지난해 주인이 바뀐 뒤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는데 다시 혼란에 빠진 느낌이어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