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영상·입체판화… 현대미술, 3D와 손잡다

입력 2010-03-16 18:31


미술관 입구에 손봉채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광주’라는 제목의 작품이 걸려 있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촬영해 여러 겹의 투명 폴리카보네이트(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에 그림으로 옮겨 홀로그램 효과를 내는 패널 페인팅이다. 원근법과 빛, 멀티뷰 등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으로 화면 속을 들여다보면 입체영화를 보듯 빨려드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으로 17일부터 5월 23일까지 여는 ‘네오 센스(NEO SENSE·新 감각)-일루전에서 3D까지’는 영화 ‘아바타’의 흥행으로 시작된 3D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작업한 작가 11명의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시각적 환영을 유도하는 설치부터 가상공간을 체험케 하는 영상까지, 3D 기술과 작가적 상상력이 결합된 다양한 작품들로 3차원 이미지를 보여준다.

1층 벽면에 실 커튼을 길게 늘어뜨린 최종운의 ‘수직의 바다’는 관객이 다가가면 갑자기 파도가 치듯 일렁이기 시작한다. 센서로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는 이 작품은 마치 거대한 파도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 속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이이남의 영상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3D를 활용한 여동헌의 입체판화 ‘웰컴 투 파라다이스’도 공감각적이다.

독일작가 베른트 할프헤르는 플라스틱 구(球)에 특정 장소를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을 붙여 사람들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360도 풍경을 한 번에 보여준다. 2D로 촬영한 인물이 3D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 등장하는 김창겸의 영상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고, 사진을 투명 필름에 출력해 큐브 형태로 만든 고명근의 설치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시각적 재미를 안겨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4명으로 구성된 미디어 영상 프로젝트팀 ‘호불호’의 3D 입체영상 ‘The mismatch answer’. 지하전시장의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작품은 3D 영화를 관람할 때처럼 특수안경을 끼고 감상해야 한다. 각종 기호와 문자, 픽토그램이 공중에 둥둥 날아다니는 영상으로 시각매체의 소통 오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각예술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다(02-736-437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