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형민] 후대에 재정부담 물려주지 않으려면
입력 2010-03-16 17:57
최근 남유럽 발 재정위기 등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는 GDP 대비 높은 재정적자 비율과 국가채무 규모로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당하고 금융불안 재연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그리스 외에 포르투갈, 스페인 역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 있는 상황이며 이탈리아, 아일랜드도 취약한 국가로 지목되면서 이들 국가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유로화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재정위기는 선진국 공통현상
국가재정의 위기는 이들 국가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IMF에 의하면 향후 선진국들의 재정건전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미국은 수년 내에 GDP 대비 국가채무 규모가 100%를 돌파할 전망이며 일본은 이미 200%를 웃돌고 있다.
이처럼 국가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이유는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금융부문에서 유발된 손실이 국가재정으로 전가되면서 전반적으로 경제여건이 취약한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국가들에서 먼저 위기가 온 것이다.
두번째는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사회보장 지출 등으로 정부 및 공공부문 비중이 크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조세부담도 높다. 미국은 90년대 말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정이 균형을 찾아갔으나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등 방만한 지출로 다시 적자로 돌려놓았다. 일본도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지출 등으로 국가수입 중 조세보다 국채발행을 통한 부분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비교적 건전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재정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아직 국가채무 규모가 GDP 대비 30% 중반으로 70∼8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나 미래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조세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향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규모는 100%를 넘어서 유럽국가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GDP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율인 조세부담률을 현 수준으로 고정시켜 놓았을 때의 일이지만 향후 한국의 국가부채가 매우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재정부담은 이미 빠르게 증가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약 365조원으로 10년간 3배 이상 늘어났으며 GDP 대비 비율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처럼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과거 외환위기와 이번 위기 기간 중의 재정투입도 있지만 보건복지 분야 지출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사회보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향후 해당 분야의 지출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다 그 시기와 감내해야 할 비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통일까지 고려하면 향후 재정부담은 막대한 수준일 것이다.
중장기 대책수립 관리해야
선진국들의 재정악화 경험을 답습하지 않고 후세에 큰 부담을 물려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재정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해서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관련한 사회보장은 필수적이나 향후 연금 관련 개혁을 지속적, 점진적으로 추진하여 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부문 투자 역시 필요할 경우 과감히 실행하되 그 비용과 편익의 계산을 꼼꼼히 할 필요가 있다. 요즘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공기업 부채는 기업이라는 특성상 자산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나 국책사업이나 국가재정과의 관련성을 감안해 건전한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