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셔터 아일랜드’] 집단광기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고찰
입력 2010-03-16 17:53
1950년대 미국 보스턴 근처의 정신병 환자를 수용하는 외딴 섬 ‘셔터 아일랜드’에서 여성 환자 한 명이 실종되고, 연방보안관 테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척(마크 러팔로)이 수사를 위해 섬에 파견된다. 테디는 사라진 여성을 찾고자 의사, 간호사 등을 만나보지만 사건의 단서를 찾지 못한다. 그들의 대답은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듯 한결같다. 병원장 존 코리(벤 킹슬리)박사는 뭔가를 숨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참고인 조사를 하던 테디는 ‘도망가라’는 내용의 쪽지를 건네 받는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테디는 뱃멀미 후유증과 편두통 등에 시달리면서 정신이 점차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마틴 스코세이지(68)감독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노장과 명배우의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데니스 루 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을 원작으로, 감독은 화려한 화면구성, 미스터리한 상황,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의 끊을 놓지 않으며 138분을 원숙하게 이끌어간다. 스코세이지는 대도시의 뒤편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한편 집단주의의 광기와 인간의 욕망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셔터 아일랜드’는 상업적 미스터리 스릴러물이지만, 역시 감독은 세상의 어두운 곳에 렌즈를 들이댄다. 테디를 괴롭히는 두 가지 트라우마, 아내의 죽음과 군복무 시절 유태인 강제수용소에서 목격한 끔찍한 기억을 거듭 상기시키며 집단 광기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고찰한다.
영화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교차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사라진 여성 환자 레이첼이 남긴 ‘누가 67인가?’라는 쪽지에 대한 궁금증과 병원을 뒤덮고 있는 불길한 기운은 영화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화면의 비주얼과 음악 역시 음울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촬영, 미술, 의상, 편집 등 아카데미 수상 횟수만 10회가 넘는 스코세이지 군단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등 조연들의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비밀의 정체에 다가서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상황의 반전은 보는 이에게 인간에 대한 무력감과 동시에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18일 개봉.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