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팝업 스토어… 진화된 패션매장 ‘고객 유혹’
입력 2010-03-15 21:47
패션매장이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에서부터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pop-up store)’까지 다양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매장 형태로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성 강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업체 간 경쟁도 특이한 발상으로 매장 차별화를 꾀하게 만드는 이유다.
국내 팝업 매장의 원조는 제일모직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GUHO)’다. 구호는 지난해 10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신세계 강남점, 현대 본점, 갤러리아 백화점 등 4곳에 팝업 매장을 열었다. 운영기간은 한 달이었다. 구호는 젊은층을 겨냥해 대표 아이템인 재킷, 셔츠, 팬츠를 변형해 출시했다. 남성라인을 기다려온 고객을 위해서 유니섹스 스타일의 제품도 선보였다. 가격은 기존의 50% 수준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제일모직은 팝업 매장을 8곳으로 늘리고 행사기간도 2주 연장했다. 매출액은 애초 목표액인 2억원을 훌쩍 넘어 5억원을 달성했다.
팝업 매장은 2002년 미국 대형 할인점인 ‘타겟(Target)’이 신규 매장 부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임시 매장을 오픈, 인기를 얻었다. 이후 화장품이나 패션 업계에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업체들이 종종 시도했으나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었다.
최근 백화점도 팝업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2일부터 압구정 본점 지하 2층 72㎡(22평) 공간에 ‘테이트’와 ‘바나나리퍼블릭’의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 매장을 열었다. 팝업 매장 위치는 본점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노른자위’ 공간이다. 기존에 수입의류, 모피 등 행사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곳이다. 팝업 매장 운영 시 예상 매출은 연간 40억∼50억원 선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를 개발,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고 백화점 잠재 우수고객인 2030세대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팝업 매장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팝업 매장을 아는 고객들은 재미있어 하고 모르는 고객들은 신기해서 한 번 더 찾는다”며 “연말까지 20개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브랜드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플래그십 매장도 자주 볼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지난달 서울 이태원에 복합문화 공간 ‘리복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지상 3층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기존 스포츠 의류와 함께 NFL(미국프로풋볼)의 유니폼, 운동화 등 직수입 제품을 단독 판매한다. 리복코리아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대중성과 전문성을 갖춘 스포츠 복합문화 공간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FnC도 지난해 10월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남성편집 브랜드 ‘시리즈(series)’의 플래그십 매장인 ‘시리즈코너’를 열었다. 의류에서부터 선글라스, 벨트, 뷰티제품까지 갖춘 남성토털 패션 전문 숍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