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킨들’ 써본 美 MBA학생들 “종이책보다 불편… 검색·정리 기능 떨어져”

입력 2010-03-15 18:42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은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훨씬 불편하다고 평가했다. 아마존 킨들의 대성공에 이어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가 다가오면서 전자책(eBook)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종이책을 대체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교과서 시장은 출판 산업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분야다.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몇몇 MBA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DX를 신입생들에게 제공했다. 버지니아 주립대 MBA 과정의 마이클 쾨니히 주임교수는 “미래의 비즈니스 지도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며 63명의 학생을 무작위로 선정해 킨들DX를 통해 교과서는 물론 수업 참고자료도 이용하게 했다. 버지니아 주립대는 하버드대 다음으로 큰 경영 서적 출판사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전자책으로 한 학기 수업을 받은 학생 중 4분의 3은 “다음 신입생들에게 전자책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자책을 늘 이용한다는 응답도 10% 남짓 정도였다.

가장 큰 불만은 의외로 검색 기능이었다. 전자책은 뛰어난 검색 기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실제는 작가나 주제, 최근 사용된 빈도 등으로 나열해 줄 뿐 정작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례별 정리 기능이나 분야별 검색 기능은 취약했다.

아직 흑백 화면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전자책의 한계도 뚜렷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래프와 도표를 식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강의 내용을 받아 적을 때도 전자책은 종이책에 뒤졌다. 결국 학생들은 전자책 옆에 별도의 공책을 펴들고 메모해야 했다.

장점도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전자책이 독서에는 편리한 기기라고 평가했다. 특히 본문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기능은 운전할 때나 운동할 때 유용했다. 두꺼운 교과서를 여러 권씩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었다. 다음달 출시될 애플 아이패드는 컬러 화면과 동영상, 게임 기능까지 갖췄다. 쾨니히 교수는 “실험 결과와는 반대로 학생들의 전자책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