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으로 옮긴 시신 물탱크에 유기… 진술로 본 사건 전말

입력 2010-03-15 22:12


김길태(33)는 여중생 이모(13)양을 납치한 지난달 24일 당일 밤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울부짖는 이양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말=김길태가 털어놓은 범행수법은 인간이기를 거부한 야수의 행동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오후 소주 3∼4병을 슈퍼에서 산 뒤 사상역 부근 큰 당산나무 밑에서 마셨다. 취한 상태에서 ‘먹잇감’을 찾듯 덕포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오후 7시 이후 다락방을 통해 이양 집에 침입, 안방에 있던 이양을 위협해 납치했다. 그는 이양을 70여m 떨어진 인근 무속인의 빈집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했다. 무속인의 빈집에는 전기매트와 이불, 취사도구 등이 그대로 있어 김길태가 평소 자주 이용했던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소리치며 울부짖는 이양을 무참히 살해했다.

김길태는 새벽에 집 안에 있던 빨간색 나일론 끈으로 이양의 손과 발을 묶고 전기매트용 가방에 숨진 이양을 넣었다. 이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왼손에는 이양의 옷 등을 넣은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20m 떨어진 빈집(파란 집) 담벼락 밑으로 옮겼다. 5m 떨어진 권모(65)씨 집 보일러 위 파란색 빈 물탱크에 이양의 시신을 넣었다. 이어 그는 고무통에 있던 흰 시멘트 가루와 물을 섞어 물탱크에 부은 뒤 그 위에 타일과 이양의 옷이 든 검은 비닐봉지를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돌로 눌러놓고 담을 넘어 달아났다.

◇남는 의문점과 향후 수사 과제=김길태가 경찰 조사에서 “만취해 이양을 어떻게 납치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만취한 상태에서 어떻게 성폭행을 했는지 밝혀야 할 부분이다. 또 만취했다고 하기에는 시신 유기 및 은폐 과정이 너무 치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이는 이번 범행이 치밀한 계산 아래 계획된 것인지 우발적인 것인지를 가리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밖에 경찰이 김길태 진술 외에 물증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먼저 김길태가 범행 장소로 지목한 무속인의 빈집에서 발견된 전기매트와 가방, 술병 등에서 김길태의 지문과 타액 등을 확보해야 한다. 경찰은 가방과 술병 등에서 일부 지문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밖에 김길태가 도피 시 자신의 집에서 갈아 신은 신발과 이양 납치 시 분실된 것으로 보이는 귀고리 등도 물증으로 확보해야 한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