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즉시 제대로 수색만 했어도… 허술했던 초동수사
입력 2010-03-16 00:24
김길태의 자백으로 구체적 범죄 행각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허술한 초동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김길태는 이모(13)양을 납치 당일인 지난달 24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양 시신 유기·은폐도 다음날 새벽 5시쯤 이뤄졌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했다.
이로써 경찰은 이양 실종사건을 지난달 27일 공개수사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 2일 김길태를 공개수배한 게 너무 성급해 이양 살해를 촉발시킨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하게 됐다. 또 지난 3일 김길태를 눈앞에서 놓쳐 살릴 수 있던 이양을 죽게 만들었다는 여론의 비판에서도 벗어난 듯한 분위기다. 이양은 이미 그 전에 숨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실종 신고를 받은 당일 이양 집 주변만 제대로 수색했어도 이양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거나 최소한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양은 납치 당일 밤사이 살해됐으며 숨진 장소도 이양의 집에서 불과 70븖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 시신 유기도 이양의 집 부근 반경 50m 안에서 이뤄져 경찰이 실종신고 접수 직후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양 부모와 함께 주변을 수색했지만, 문이 잠긴 폐가에 대한 수색은 하지 않았다. 시력이 나쁜 이양이 안경은 물론 휴대전화기도 놓고 집에서 사라졌고, 집 화장실 바닥에서 운동화 발자국 3∼4점이 발견됐는데도 본격적인 수색은 다음날 아침부터 이뤄졌다. 이에 대해 김희웅 부산 사상경찰서장은 “실종신고를 받고 일부 경력을 투입해 주변을 수색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조금 소홀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한편 경찰이 지난 1월 23일 김길태의 집 옥탑방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이양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길태에게 12시간 가까이 감금당한 채 3차례나 성폭행 당한 K씨는 당일 오후 5시쯤 김길태가 술에 취해 자는 틈에 탈출해 사상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간단한 조사를 한 뒤 다음날 K씨와 함께 범행현장인 옥탑방을 찾아 범인이 김길태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단순 강간범이라는 이유로 일반 형사팀에 사건을 배당하고서 수배조치만 해놓았다.
부산=이영재 조원일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