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인사 알아서 해줬다는 느낌에 돈 전달”
입력 2010-03-16 00:26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뇌물 5만 달러를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15일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한 것이 아니라 알아서 해줬다는 필링(feeling)이 와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제가 청탁을 했겠습니까. 총리가 알아서 해줬으면 해줬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곽씨가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뇌물 액수에 대해 여러 번 말을 바꾼 사실도 공판에서 드러났다. 그는 애초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3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고, 이후 “10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번복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단은 이를 놓고 “검찰이 증권거래법 내사 혐의를 가지고 곽씨를 압박한 것”이라고 공격했고, 검찰은 “곽씨가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것을 알고는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공판 과정 내내 오락가락 진술을 반복한 곽씨는 법정에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공개되자 “이게 내가 답변한 내용인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곽 전 사장의 부인 김모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남편이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선물했다는 말을 당시 남편으로부터 똑똑히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한 전 총리가 남편을 (공기업 사장에) 추천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직접 그 말을 들은 적은 없고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2006년 12월 20일 당시 총리공관 오찬에 참석했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당시 곽씨가 오찬에 참석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강 전 장관은 “공관에 도착할 때까지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을 같이 지낸 전임 장관들을 초청한 것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공직 출신이 아닌 곽씨가 있어서 뜻밖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또 한 전 총리로부터 초청받을 때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의 퇴임기념 오찬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고, 오찬장에서도 정 전 장관의 퇴임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총리공관 회동이 정 전 장관의 퇴임을 앞두고 지인들끼리 식사하는 자리였다고 말해왔다.
강 장관은 그러나 변호인 측이 “한 전 총리와 곽씨만 남아 있을 시간적 공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전 총리가 언제 오찬장을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오찬장에서 누가 먼저, 나중에 나갔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검찰이 “검찰 진술 당시엔 강 전 장관이 먼저 나왔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강 전 장관은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현관에서 차를 탄 순서였다. 오찬장에서 누가 먼저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진영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