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철조망 등 고전적 방법에 무선 물 분사 신기술까지… “소말리아 해적 접근금지” 묘안

입력 2010-03-15 19:16


‘허수아비 설치 준비는 했는가. 철조망 등 설치는 고려했는가.’

농촌 얘기가 아니다. 세계 최대 해적사고 위험지역인 소말리아 인근 해역(아덴만)을 통과하는 국적선박들에게 필수 점검사항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포함, 25개 문항으로 이뤄진 점검표를 위험해역 통과보고서와 함께 팩스로 받고 있다. 해적 대응훈련이나 자체 방어수단(소화수 살포 등) 확보 여부 등을 묻는 긴박한 내용이 대다수다.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국적선박이 연간 500회 이상 항해하는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선박피랍, 총격 등 지난해 전 세계 해적사고(406건)의 절반이 넘는 217건이 발생했다. 2008년(111건)에 비해 95.5%나 증가한 것. 특히 지난해 발생한 선박피랍 49건 중 47건이 이 해역에서 발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5일 “소말리아 해적은 최근엔 자동차운반선 및 대형 유조선까지 공격하는 등 범죄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무대왕함이 호송활동에 들어간 이후에는 이 해역에서 국적선박 피해가 없지만 자구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

현재 해운사들은 허수아비를 갑판에 설치한 기관총 모형에 앉혀 해적들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수면에서 갑판까지 높이(건현)를 최대로 높이고 철조망을 설치, 해적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가급적 야간운항을 하거나 최대 속도로 운항하는 한편 건현이 낮은 벌크선엔 보안요원과 야간당직자를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적 퇴치’를 위한 신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업체는 무선으로 소화수를 배 옆면으로 고속 분사하는 ‘네메시스 5000’을 공동 개발 중이다. 무선 방식이어서 선원이 작동을 위해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없고 분사 범위도 넓은 데다 가격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선주협회와 해적방지 국제세미나를 열어 유사시 유엔, 국제해사기구(IMO) 및 위험해역 연안국과의 협력방안 등을 설명했다. 국토부 측은 “선박위치추적시스템(VMS)을 통해 우리 선박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문무대왕함과 핫라인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