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만 포집 기술 첫 개발한 백명현 교수 “외국서 구입 요청 많았지만 우리나라에 꼭 필요해 거절”
입력 2010-03-15 22:25
이산화탄소만을 포집하는 고분자 화합물 ‘SNU-M10’과 ‘SNU-M11’을 개발한 백명현(61·사진)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15일 “논문이 저널에 실린 뒤 외국 회사들로부터 물질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본보 15일자 1면 보도). 백 교수는 지난해 10월 이산화탄소 포집 물질 개발에 대한 국제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계열 회사가 지난해 8월 백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뒤 백 교수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미국 연료전지 회사의 한 박사는 “전해질 용액에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가는 문제로 연료전지를 못 쓰게 된다”며 “이산화탄소를 잡는 물질을 얼마에 살 수 있느냐”고 이메일을 보냈다.
백 교수는 답신을 한 통도 보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필요한 기술일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백 교수는 “물질을 보내면 해외에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산업기술이라고 생각해 외국 회사들의 제안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이 점점 귀중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백 교수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나라끼리 사고파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대의 한 교수는 “CCS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업은 가까운 미래에 마이크로소프트급 회사 20개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의 연구 결과가 실질적인 지구온난화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학계와 더불어 산업계, 정부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백 교수는 “실험실에서 물질 합성에 성공한 것일 뿐 대용량으로 만들어야 이산화탄소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대량 생산과 적정 가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정부와 기업은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인 CCS 기술을 선점하려고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고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수출하려는 의도에서다.
정작 우리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백 교수의 연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백 교수는 지난 1월 환경부 초청으로 이만의 장관을 비롯한 환경부 간부들 앞에서 CCS 기술의 필요성과 상업화 가능성을 강연했다. 이후 백 교수는 환경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