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횡령·착복 국민 돈은 ‘눈먼 돈’… 자체 감사로 본 공공기관 비리 백태

입력 2010-03-15 13:21


정부가 인사 개혁, 보수체계 개편 등 공공기관 선진화에 적극 나선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공공기관 내부 자체 감사 결과 비리, 횡령, 금품·향응 수수, 근무기강 해이 등 운영 실태가 허점투성이였고 공공기관에 출자된 국민의 세금은 눈먼 돈이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의 고질적인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올해 감사를 강화하고 혁신적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 선진화에 고삐를 당길 방침이다.

◇공공기관 운영 실태 들여다보니…횡령·금품수수 등 무방비=15일 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체육산업개발을 정기 감사한 결과 경기도 성남 분당 올림픽스포츠센터 입점 상가에서 납부하는 임대보증금, 임대료 및 관리비를 공단 수입으로 처리하지 않고 담당자가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서울 올림픽의 날’을 유급 휴무일로 지정하는 등 근무기강과 관련한 해이도 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허위 조작한 금액을 환급금으로 등록해 지인이 관리하는 차명계좌로 입금하는 방법 등으로 1억9000여만원을 횡령하고 1700만원을 특정 사업장의 보험료와 상계 충당한 사례가 적발돼 관련자가 변상조치 및 징계 요구를 받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승강기 유지관리 및 안전점검 업무 담당자가 관내 승강기 보수공사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8차례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건축 감독 및 감리지원 업무 담당자는 수급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골프 접대를 받았다가 정직당했다.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임차사택 보증금을 즉시 반환하지 않고 임의 보관하다 사용한 뒤 반환한 관련자가 파면 처분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파리에서 열린 세계관광기구 집행이사회에 참석, 비즈니스센터 이용료 및 초청 인사 룸서비스 이용료 등을 숙박비로 계산하고 조식비까지 이중으로 청구했다가 적발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이 자체 감사를 통해 내부 비리 척결에 힘쓰고 있지만 내부 감사 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연내 혁신적 연봉제 도입=재정부는 286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24만여명의 모든 임직원에 대해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이 20∼30% 차이 나는 혁신적인 연봉제를 올해 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임직원의 기본급과 성과급 인상률을 개인 실적에 따라 차등화하는 실질적인 연봉제를 연내에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연봉제 표준 모델’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해온 직급별 호봉 및 연봉 산정표를 없애고 임금을 기본급과 성과급, 수당 세 가지로 단순화하고 전체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기관 특성에 따라 차별화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연봉제 표준 모델’을 확정하고 올해 임금 협상부터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