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진홍] 국민참여당이 미덥지 않은 까닭

입력 2010-03-15 18:02


“실패한 집권세력으로서 과거 행적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친노신당인 국민참여당의 기세가 대단하다. 6·2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4000여명 가운데 700∼1000명의 후보를 낼 예정이며, 목표 득표율을 15∼20%로 잡았다. ‘정치의병’처럼 일어나 정치와 정당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민주당이 참여당의 6곳 광역단체장 후보 발표에 반발해 “한나라당 2중대”라고 공격하자 “민주당은 정신적으로 중병을 앓고 있다”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참여당의 행보가 거침이 없는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하겠다. 하나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역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회에선 ‘싸움닭’으로 각인된 상태다. 야권의 통합 움직임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주도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새로운 세력 중심으로 통합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올 지방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즈음해 치러진다. 참여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이명박과 노무현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를 한껏 고조시켜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지방선거에서 발판을 다져둬야 2년 뒤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듯하다.

변변한 야당이 없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참여당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그들이 실패한 집권세력이어서 그렇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친노세력에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간 건 실망감이었다. 집권 방법론에는 치밀했으나 집권 이후 국정운영 능력과 철학이 너무 빈약했다. 그 결과 소위 ‘민주정권’이 1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유권자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참여당은 유권자들에게 다시 표를 달라고 호소하기 전에 집권기간의 무능과 독선을 반성해야 한다. 과거 행적에 대한 철저한 자성 없이 슬그머니 정치 전면에 등장해 자기들이 진보민주세력의 유일한 희망인 양 나대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싸잡아 비난받은 진보세력에게는 사죄해야 한다. 한 진보적 인사가 친노세력에게 ‘민주건달’이라는 딱지를 붙일 정도로 친노에 대한 분노는 여전하다.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참여당의 다짐은 어색하다. ‘노무현처럼 선거운동을 하고, 노무현처럼 일하고, 노무현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는 게 이들의 모토다. 그러나 파벌정치, 계파정치의 청산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중요한 가치다. 줄서기 정치를 배격하고, 파벌에서 자유로웠기에 ‘바보 노무현’이란 별칭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참여당이 또 다른 파벌을 형성한 것은 아이러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참여당이 과연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심하게 표현하면,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팔아 제 살길을 추구하고 있는 듯한 참여당의 모습이 그런 의문을 갖게 한다. ‘정치하지 마라’는 유지(遺志)를 남긴 노 전 대통령은 참여당을 어떻게 평가할까.

‘노무현 바람’에 기대려 해선지 참여당의 노선은 모호하다. 참여당은 집권 당시의 노선을 답습하겠다는 것인지, 집권 때의 노선을 바꾸겠다면 뭘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 경기도를 거쳐 대구로 갔다가 서울시장을 기웃거리더니 결국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 모양새가 좋지 않고, 민주당 지적대로 노 전 대통령이 경멸했던 ‘보따리 장수’와 뭐가 다른지 헷갈린다. 말 나온 김에 민주당 소속이지만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 얘기를 덧붙이려 한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던 중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봉하마을로 내려가 자원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강원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친노성향의 한 의원 말마따나 “국민을 기만하는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행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