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피해 韓人 개인청구권부터 인정을

입력 2010-03-15 17:53

일제 강점기에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의 개인 청구권이 법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 정부는 개인 청구권 무효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정반대 주장을 담은 3건의 일본 외무성 기밀문서가 발견된 것이다.

한일청구권협정 2조는 체약국 및 국민의 청구권에 관해서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없으며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동포 등이 일본 정부에 줄기차게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왔지만 번번이 패소로 끝난 근거조항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3건의 기밀문서는 한일협정 체결을 전후해 작성된 것으로 개인 청구권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인식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핵심은 한일협정이 말하는 청구권 소멸의 의미를 ‘정부가 대리하는 외교보호권을 포기한 것’일 뿐 ‘개인이 상대국 국내법상의 청구권을 갖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게 아니다’고 밝힌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당시 이승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평화선을 넘었다가 한국으로 나포된 일본 어선 선주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낼 것에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협정으로 청구권 소멸이 발생하더라도 개인 청구권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문서들은 일본 어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한일협정 이후라도 개인 청구권의 유효성을 주장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역(逆)도 용인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일제에 의한 한국인들의 피해는 마찬가지로 한일협정 이후에도 개인 청구권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밀문서를 통해 일본이 일제하 한국인들의 피해를 겸허하게 인정할 것을 기대하지만 기존 입장이 바뀔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관련문서 전면 공개부터 서둘러야 한다. 언제나 제자리를 맴도는 한·일 관계, 이제는 청산할 때도 됐다. 올해는 한일 강제합병 100주년이다. 하토야마 민주당 정부의 전향적 일보(一步)를 거듭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