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80㎞→50㎞… 제주 농촌일주도로는 속도위반 ‘지뢰밭’

입력 2010-03-15 18:09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던 김모(39·서울)씨는 최근 집으로 날아든 ‘과속 딱지’ 때문에 좋은 추억이 한꺼번에 깨져버렸다.

렌터카를 빌려 제주여행에 나섰던 김씨는 시속 70∼80㎞로 안전운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속도위반 과태료를 물어야할 처지에 놓였다. 제주지방경찰청이 보낸 과속통지서에는 김씨가 마을구간에서 65㎞로 운행해 법정제한속도인 50㎞를 15㎞ 초과한 것으로 돼 있었다.

제주 농촌지역 일주도로 마을구간 제한속도(시속 50㎞)에 대해 관광객들이 ‘널뛰기 속도’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초행길이 대부분인 관광객들은 시속 80㎞ 구간에서 갑자기 50㎞로 줄어든 제한속도에 번번이 당하고 만다. 도로 사정에 어느 정도 익숙한 제주도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경찰청은 일주도로 사망사고가 빈번하자 지난해 마을구간에 한해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춰 규제하고 있다.

관광객 유모씨는 “갑자기 50㎞ 구간이 나와서 단속을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며 “급감속 했기 때문에 뒤따라오는 차가 있었으면 추돌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 강모씨는 “단속지점에선 보행자를 보는 게 아니라 시속 50㎞ 아래로 감속을 했는지 속도계만 쳐다보게 돼 오히려 안전운행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렌터카 업체마다 관광객들에게 사전에 주의를 주지만 농촌 일주도로에선 속도위반 단속에 걸리기 일쑤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과속 최다적발 지점은 남원 위미리 대성동 입구(1628건)이며 남원 신례리 복지회관 앞(1052건), 성산 신산보건소 앞(794건)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점의 제한속도는 50∼60㎞다. 올해 108개의 고정식 장비에 단속된 속도위반 건수가 1만2867건임을 감안하면 이들 3개 지점 단속건수 3474건은 전체의 27%에 해당한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제한속도를 높이면 사망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며 “5년 전 제주지역의 한해 교통사고사망자는 200명에 육박했는데 제한속도가 강화된 지난해는 63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주도로 제한속도와 관련해 12개 구간에 대해선 시속 50㎞에서 60㎞로 현지 실정에 맞게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