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법정스님 어제 다비식…정부 훈장 추서 문도들 거절
입력 2010-03-14 21:53
‘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기고 입적한 법정스님이 13일 오전 스님의 출가 본사인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다비됐다. 이날 다비식에는 전국 각지의 불교 신자와 스님 등 추모객 3만여명이 몰렸고, 조계산 언덕에 자리 잡은 다비장에도 1만5000여명이 운집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등 불교계 인사는 물론 한나라당 이계진 김학송 의원, 민주당 이강래 서갑원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계 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편 14일 불교계에 따르면 철저한 ‘무소유’를 보여준 법정스님에게 정부가 훈장을 추서하려 했지만 문도들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법정스님이 지난 11일 입적한 후 고인이 생전에 주옥같은 글과 강연, ‘맑고 향기롭게’ 운동 등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국민훈장을 추서하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을 통해 문도 측의 의견을 물었으나 문도들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문도들은 “훈장을 받는 것은 법정스님의 평소 말씀과 장례의식을 간소화하고 주변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는 유언 등에 맞지 않는다”며 총무원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거절의 뜻을 전했다. 문도들은 다만 조계종이 내린 대종사 법계 추서는 조계종 내부의 일인 만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출판계에 따르면 법정스님이 입적하기 전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절판을 우려한 독자들이 스님의 저서들을 앞다퉈 사들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스님 입적 후 저서 판매량이 하루 만에 5배 늘어났으며, 인터파크 도서에서도 ‘무소유’ ‘아름다운 마무리’ 등 스님의 산문집과 법문집이 판매량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앞으로 책을 더 찍어야 할지, 유지대로 절판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