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자백으로 재구성해 본 범죄행각…이양집 50여m 반경서 성폭행·살해·시신유기 이뤄져

입력 2010-03-15 00:23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33)가 검거 4일 만에 범행을 털어놨다. 김길태의 자백과 경찰의 구속영장을 바탕으로 그의 범죄 행각을 재구성 해보면 이양 성폭행과 살해, 시신 유기 과정이 모두 이양 집 반경 50븖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길태는 지난달 24일 술을 마시고 부산 덕포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이양 집 다락방 창문으로 침입, 혼자 있던 이양을 납치했다. 이양의 집은 좁고 복잡해 김길태는 곧바로 이양을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앞서 그는 사건 며칠 전 이양 집 인근 빈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용변을 보며 지낸 적이 있는데 이때 이양 집 실정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김길태는 지난달 23일 20대 여성 납치·성폭 사건 이후 도피 행각을 벌이며 가끔 이용했던 비어 있는 무속인의 집으로 이양을 끌고 가 감금한 상태에서 성폭행했다. 이양 집에서 50여m 떨어진 곳이었다.

술에 취한 그는 이양의 코와 입을 막고 한 손으로 목을 눌러 살해한 뒤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그는 방 안 전기매트에 옷이 모두 벗겨진 이양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이양 시신 처리 문제를 고민하다 집 안에 있던 끈으로 손과 발을 묶고 전기매트용 가방에 시신을 넣은 뒤 오른쪽 어깨에 메고 15m 정도 떨어진 빈 집(일명 파란 집)으로 옮겼다.

시신을 유기할 곳을 찾던 그는 파란 집 바로 옆 5m 거리의 권모(65)씨 집 보일러실 위 빈 물탱크에 이양 시신을 넣고 근처에 있던 석회가루를 물과 섞어 붓고 블록과 타일 등을 넣었다. 이어 이양 옷이 든 검은색 비닐봉투를 함께 넣고 물탱크 뚜껑을 덮고 나서 돌을 올려놓고 담을 넘어 달아났다.

경찰은 이양 납치와 성폭행 및 살해가 하룻밤 새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길태는 다음날 오전 교도소 동기와 친구들에게 공중전화로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다. 통상 오후 늦게 전화를 걸던 그가 이날은 친구 등이 전화를 받지 않아도 새벽부터 수화기를 들었으며 횟수도 21차례나 계속됐다.

사건 다음날 오후 1시쯤 집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부모로부터 경찰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 휴대전화로 경찰에 항의전화까지 했다. 이후 그는 밥상을 외면하고 신발을 갈아 신은 다음 다급하게 이웃집 현관문을 통해 담을 넘어 달아났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는 것을 느낀 김길태는 덕포동 일대 빈집을 돌아다니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숨어 지내다 지난 10일 검거됐다.

경찰은 김길태의 자백 내용과 그동안의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물증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