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오락가락에 곤혹… 반전 노리는 檢 ‘히든카드’ 있나

입력 2010-03-14 18:28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5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진술 중 핵심 내용을 재판과정에서 번복하면서 수세에 몰린 검찰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검찰이 15일부터 잇따라 열리는 재판에서 전세를 뒤집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검, 걱정 속 대대적 반격 준비=검찰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수사팀을 제외한 검찰 내부에는 걱정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세 차례 열린 재판에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직접 건넸다”는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고 “오찬장에 있던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말하는 등 신빙성이 흔들리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만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유죄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공소유지를 하느냐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뇌물을 준 시기와 장소에 대해 공여자의 진술이 다소 불일치하거나 모순되더라도 단순한 기억력의 한계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확실한 유죄에서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는 상황으로 약간 변한 것 같다”며 “이제부터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해야 유죄 인정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15일 곽 전 사장 외에도 그의 부인과 딸,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잇따라 재판정에 세워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가 건네졌다는 정황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계획이다.

◇검찰, 히든카드 뭔가=검찰이 ‘히든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이 전직 총리를 단순히 곽 전 사장의 진술만으로 기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뭔가 다른 것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초 검찰은 고가의 골프채 선물을 재판과정에서 전격 공개해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와의 친밀도를 부각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한 전 총리 측이 골프채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뒤집을 증거를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 당시 곽 전 사장 외에 강 전 장관 등의 구체적인 진술이나 정황을 제시해 한 전 총리 측을 코너에 몰 가능성도 있다. 5만 달러를 사용한 흔적 역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자녀가 유학 등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달러를 환전한 흔적이 없다며 곽 전 사장으로부터 받은 5만 달러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인상을 재판부에 주는 데 성공한 만큼 추가로 검찰 수사과정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부각할 예정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며 “무죄가 선고된다면 검찰 내부에 심각한 후폭풍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