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에서 박수근까지… 한국회화 큰 별들 모였다
입력 2010-03-14 17:55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일주&선화갤러리 문열어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은 다양한 예술작품 및 공간으로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건물 외부에는 조나단 브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이 쉬지 않고 망치질을 하고, 1층 로비에는 강익중의 ‘아름다운 강산’, 프리 일겐의 ‘당신의 긴 여행’ 등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시선을 끈다. 지하 2층에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 ‘시네큐브’는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극장 중 하나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 만들어진다. 3층에 661㎡(200평) 규모의 ‘일주&선화갤러리’가 들어선다. 태광그룹이 1990년 설립한 일주학술문화재단에 이어 올해 선화예술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조성한 전시공간이다. 200억원의 출연금으로 발족된 선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태광그룹 창업주인 이임용 회장(1996년 작고)의 부인 이선애(82) 여사가 맡았다.
갤러리는 15일부터 5월 30일까지 재단설립 기념전 ‘한국미술, 근대에서 길찾기-추사에서 박수근까지’를 연다. 추사 김정희부터 흥선 대원군, 운보 김기창, 천경자 이응로 김환기 장욱진 박수근까지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작가 70여명의 150여점을 연대기순으로 일목요연하게 관람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근대의식의 씨앗을 품다’에서는 실학사상이 대두되고 실경산수와 풍속화 등 근대적 의식이 싹트지만 추사를 비롯한 문인화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쇠퇴와 전진을 거듭한 19세기 후반 한국화를 선보인다. 추사의 글씨 ‘부용초일(芙容蓉日)’, 이하응의 ‘석란도’, 안중식의 ‘하경산수’, 지운영의 ‘소동파 입국도’ 등이 전시된다.
2부 ‘新舊 사이에서 싹을 틔우다’는 전통회화 양식을 고수하려는 움직임과 서구적인 조형양식이 이미 토착화를 이룬 일본의 영향 사이에서 다양한 변주가 이뤄진 시기(1890∼1920년대)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김기창의 ‘우물가 여인’, 이응로의 ‘문자추상’, 천경자의 ‘미인도’, 허백련의 ‘산수’ 등 20세기 한국화 작품이 출품된다.
3부 ‘새 시대를 꽃피우다’는 일본 또는 해외 유학을 통해 체험한 서구 조형양식, 30년대 정체성에 대한 모색, 50년대 독자적인 변모, 70년대 고유한 미의식을 구축한 20세기 서양화가 전시된다. 오지호의 ‘함부르크’, 이인성의 ‘해당화’, 박수근의 ‘마을’, 김환기의 ‘두 마리 새’, 장욱진의 ‘시골집’, 도상봉의 ‘안개꽃’ 등이 걸린다.
갤러리는 일반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향수 및 참여기회 확대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무료 개방한다. 또 대규모 사진 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중견 및 신진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단체관람 및 미술공부를 겸한 주말 가족나들이에 적합한 도심문화공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채문정 큐레이터는 “국내외의 각종 전시회에서 서양미술을 접하고 이해할 기회는 많지만 정작 한국미술을 차분하게 살펴보고 즐길 기회는 많지 않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미술은 고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우리 미술의 뿌리를 확실히 찾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02-2002-777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