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방임 급증… 대책없는 사회

입력 2010-03-14 02:13


부모는 돈벌러 나가고… 끼니 못챙기고 교육도 포기

지난 10일 밤, 김주희(가명·11)양은 서울 신당동 집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3년 전 김양의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아버지(49)는 딸의 끼니를 챙기기는커녕 방치하고 집에서 내쫓기까지 했다. 김양은 영양실조와 대인기피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말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김양을 격리보호하고 아버지를 상담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12일 김양은 또 다시 격리보호 조치됐다.

아이에게 음식을 주지 않거나 교육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방임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대책이 없어 아이들은 무관심 속에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년 1324건이던 방임 신고 건수는 2008년 4035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않는 물리적 방임은 2001년 703건에서 2008년 2254건으로 늘었다. 2003년까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방임에 의한 사망 사례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2건이나 일어났다.

방임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일터로 나서야 하는데다 사회안전망도 없어 아이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증가하는 방임에 의한 사망 사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방치한 것이 한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김병익 교육홍보팀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은 부모의 신경을 분산시켜 아이에 대한 방임으로 이어지고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의 방치로 인한 아동 피해를 막기 위한 현실적 대책은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9월 16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올바른 아이 양육을 위한 모든 것을 가르치겠다며 학부모 교육에 나섰지만 방임 예방 교육은 찾아볼 수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방임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특수한 사안이라 교육 방법 등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이소희 교수는 “방임이 무엇이고, 그것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부모들이 명확히 알고 있어야 방임을 막고 아동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아동복지협회 정미영 총괄부장은 “아동 방임은 어떤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안전하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복지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