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부양카드… 한국경제 촉각곤두
입력 2010-03-14 22:12
#1. 지난해 3월 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하루 앞두고 중국 상하이 증시는 6% 이상 치솟았다. 금융위기로 인한 수출 감소분을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메울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우리나라 등 아시아 시장도 환호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29% 오른 1059.26에 마감했다.
#2.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4일. 전인대를 기다리는 아시아 증시의 움직임은 기대보다 불안에 가까웠다. 중국이 돈을 더 풀기보다 거둬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루머도 떠돌았다. 상하이 증시는 2% 이상 빠졌고, 코스피지수도 0.26% 떨어졌다.
전인대는 막을 내렸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운용 방향이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폐막 전까지 중국 증시도 하락을 거듭해 1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24% 하락한 3013.41로 거래를 마쳤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도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유동성 조절 강화할 듯=중국은 이번 전인대를 통해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완만한 통화정책’이라는 기존 경제정책 타이틀을 그대로 썼다. 재정 확장에서 긴축으로의 급격한 정책노선 변화보다는 시중에 풀린 돈에 대한 유연한 관리를 강조한 셈이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 박석 중국팀장은 14일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등 금리 인상 가능성은 고조됐지만 실제 인상까지는 고민이 클 것”이라며 “미국 영국 등 주요국보다 빨리 금리를 올리면 국가 간 금리 격차를 노린 핫머니(투기자본)가 유입돼 통화량이 늘고, 물가 불안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왕칭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경기 방향이 드러나는 4월쯤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조치가 한 차례 더 있을 것으로 본다”며 “3, 4분기에도 유동성 조절을 위한 지준율 인상이 추가로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수 회복력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때문에 지준율 등 간접적인 유동성 조절 카드를 먼저 소진한 뒤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중국 자산가격 변화에 주목”=전문가들이 예상한 중국의 향후 거시경제 정책을 정리하면 이렇다. 지준율 추가 인상을 통해 유동성 조절에 대응하면서 자산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 시점은 금리 인상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민감도가 커졌지만 일단 3월 경제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4월 중순까지는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번 전인대에서 긴축보다는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지난해 국내 경기를 떠받쳤던 중국 특수만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중국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