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사심없이 공천 지휘… “우리 식구 심어 계보 만들자” 제안 거절
입력 2010-03-14 19:04
6·2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 걸린 여야 대표 행보
6·2 지방선거는 여야 지도부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승리 시 ‘굴러온 돌’이라는 꼬리표를 뗌과 동시에 당 기여도를 인정받아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 역시 이길 경우 대표직 재선과 함께 대선주자 반열에 확고히 올라설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두 대표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된 것이다.
한나라당 정몽준(MJ) 대표는 최근 측근 의원 몇 명으로부터 “우리도 이번 지방선거 공천을 통해 MJ 계보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언을 들었다고 한다. 핵심 참모들 사이에서도 “우리 식구 좀 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정 대표는 “그렇게 치사하게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요즘 여당 공천과 관련해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정 대표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거의 없다. 정당 공천이 당 대표 등 지도부의 당내 기반을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많이 활용돼온 전례와 대조적인 행보다.
이를 두고 정 대표 측은 14일 “정 대표가 그만큼 이번 선거를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핵심 측근은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가 공천 문제로 시끄러운데 친정몽준계까지 공천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 하겠느냐”며 “그랬다가는 여당이 완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정 인물을 거론하는 식의 공천 개입은 피하면서도 사무총장과 당 공천심사위원회에는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공천해야 한다”는 점을 연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비리에 연루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호화 청사로 문제가 있는 인사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인사는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정 대표는 한나라당이 도덕성 문제에서 떳떳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지 않아도 개혁 공천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향후 정치 행보에 오히려 더 득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은 “사심 없이 공천하고 이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면 당장 세력이 만들어지지는 않겠지만 당원들이 당에 대한 헌신도를 높이 평가할 것이고, 국민들도 정 대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가 기대한 대로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7월 전후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노리는 데 한층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굳이 당 대표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층 위상이 높아진 상태에서 차기 대권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지게 되면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 이어 연패를 당하는 것이어서 당내 위상 약화는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십이나 자질 문제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 그의 위상 추락은 고스란히 박근혜 전 대표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