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뚝심의 리더십 발휘…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최대 과제

입력 2010-03-14 19:05


6·2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 걸린 여야 대표 행보

6·2 지방선거는 여야 지도부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승리 시 ‘굴러온 돌’이라는 꼬리표를 뗌과 동시에 당 기여도를 인정받아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 역시 이길 경우 대표직 재선과 함께 대선주자 반열에 확고히 올라설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두 대표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된 것이다.

“합의가 안 되면 일단 멈춘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정이 될 때까지 토론한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14일 정세균 대표의 일처리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정 안되면 읍소작전도 동원한다”고 귀띔했다. 신학용 대표비서실장은 “당내 갈등을 최소하기 위해 어떻게든 동의를 얻어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라고 정 대표 리더십을 분석했다.

하지만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며 정 대표 스타일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정면돌파하는 과단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의견이 맞서는 상대가 지칠 때까지 버티는 게 정세균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처럼 비판은 많지만 정 대표만의 독특한 ‘갈등조정형 버티기 리더십’이 지방선거 국면 초기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선 형식에서의 성과다. 최고위원회의가 ‘정세균식 공천 혁신 브랜드’인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민주당의 텃밭이자 호남의 중심인 광주광역시장 후보 공천에 적용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 제도는 한때 광주 지역구의원들의 반대에 일부 최고위원도 뜻을 같이하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광주에서 시민공천배심원제의 경선 반영비율은 50%로, 상징적인 도입이 아니라 실질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론 났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배심원 선정 문제와 경선관리의 어려움으로 지역이 큰 서울과 경기 등에는 적용하기 힘들지만 정치신인 등용과 동원선거의 폐해를 잘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보여줄 내용면서도 정 대표 특유의 뚝심이 발휘됐다. 1월 중순부터 진행한 뉴민주당 플랜은 이날 환경분야를 끝으로 분야별 정책발표를 마감했으며, 앞으로 전국 순회 설명회를 할 예정이다. 2년 전 당 대표 출마 당시 “비판만 하는 야당이 아닌 대안을 내놓는 야당이 되겠다”는 공약을 지킨 셈이다. 특히 정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 지역에서 뉴민주당 플랜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정 대표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남아 있다. 바로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다. 정 대표는 이미 “지방선거에서 절반 이상의 승리를 거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도권 승리가 필요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다.

이를 통해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야권 내 그의 입지는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8월 초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대표 재선이 유력해지고,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도 강한 동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