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붉은 물결’… 최대 20만명 親탁신 시위

입력 2010-03-14 21:41

붉은 셔츠를 입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지지자들이 14일 방콕 시내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갖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시위대와 군경 간에 큰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시위 참가자 규모는 8만명(로이터)에서 20만명(타임)에 이르기까지 외신마다 제각각이었다. 태국 경찰은 5만∼6만명 정도로 추산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어쨌든 당초 예상됐던 100만명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친(親)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소속 회원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정부청사와 국회의사당 등 주요 시설과 인접한 랏차담넌 거리와 사남루엉 광장에서 본격적인 시위에 돌입했다.

UDD 지도자인 나타웃 사쿠아는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24시간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승리할 때까지 시위 강도를 높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 지도자들은 15일에도 방콕 전역에서 시위를 벌여 교통을 마비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시위대원들은 폭력시위로 변질될 경우 탄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질서요원들을 시위 현장에 배치하는 등 충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태국 정부는 5만여명의 보안인력을 방콕 전역에 배치해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대비했다. 아피싯 총리는 이날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비상사태 선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가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탁신 전 총리의 자산을 몰수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번 시위가 도시 빈민층과 농촌 지역을 대변해온 탁신 전 총리와 도시 지배 엘리트 계층을 배경으로 한 현 집권 세력 간의 파워게임이라는 점에서 정정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