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인 세금만 내고 참정권 없어”… 이코노미스트誌 “日정부 이중적” 꼬집어

입력 2010-03-15 00:24

“세금만 내고 참정권은 없다.”

수십년간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현실을 되짚은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최신호(13일자) 기사 제목이다. 세금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참정권을 주지 않는 일본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면서 이제는 장기 체류 재일 한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을 부여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장기 체류 재일 한국인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과 그 이전 식민지 시대에 끌려와 수십년간 살아오면서 세금을 계속 냈고, 일본말도 사용하기 때문에 투표권 부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논리다.

그러나 집권 세력마저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참정권 부여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밀어붙이겠다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이고 연정 파트너인 국민신당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인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일본인은 외국인 혐오증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한국인과 중국인에게 많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또 외국인 참정권 부여가 더딘 것은 재일 한국인보다는 일본 거주 중국인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민주당은 한국인에게 참정권을 주고 싶어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 거주 중국인까지 동일한 요구를 해올 경우 대응 방안이 없다는 시각에서다.

끝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 참정권 부여 법안에 대한 내부 비판을 어떻게 다뤄나갈지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용기와 정치 원칙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