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티 vs 커피 파티… 美 보수파 티파티 맞선 진보성향 풀뿌리 모임
입력 2010-03-14 17:57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외곽 디카투르의 한 커피 전문점. 교사, 어린이, 대학생, 주부 등 연령과 계층을 망라한 40여명이 모여 진지하게 정치 현안을 토론했다. 입구에는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건강보험 개혁을’ 등 손으로 쓴 소박한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랠리와 애셔빌의 커피전문점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미 전역 370여개 커피 전문점에서는 이처럼 진보성향의 풀뿌리 운동인 ‘커피 파티’ 모임이 일제히 개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래 지난 1년 동안 보수성향의 풀뿌리 운동인 ‘티 파티’가 힘을 얻어 가는 가운데, 대항마인 커피 파티가 최근 태동했다고 CNN이 13일 보도했다.
커피 파티의 주창자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여성운동가인 한인 2세 애너벨 박(41·한국명 박수현)씨다. 불과 6주 전 페이스북에 이 운동을 제안했는데, 온라인을 타고 급속히 번져나가 현재 14만1000명의 팬을 확보한 상태다.
박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양당 체제는 정치를 미식축구 게임처럼 생각하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강보험이다. 이는 정책을 결정하는 건강한 방식이 아니다. 뭔가 망가지고 잘못된 정치 절차에 대응하고자 나선 것이 커피 파티다”고 밝혔다. 그는 커피 파티가 어느 정당과도 관계가 없다며 무당파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의 활동 경력이나 지향하는 바는 친오바마, 친민주당 성향을 숨기지 못한다. 그는 지난 대선 캠페인 때 오바마 후보 진영에서 동영상 담당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특히 티 파티가 연방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 것과 달리, 커피 파티는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반면, 정가를 주무르는 ‘기업가 정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적했다.
관심은 커피 파티가 향후 어느 정도 세를 불릴지 여부다. 커피 파티는 의회의 부활절 휴회 기간인 오는 27일 첫 전국총회를 연다. 티 파티 역시 이날 활동 1주년을 기념해 전국 50여곳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미국은 티 파티와 커피 파티의 한판 세 대결을 목격하게 될 전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