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내주까지 건보 입법” 배수진
입력 2010-03-14 17:58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입법의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다.
민주당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건보 개혁법안 하원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의회의 부활절 휴회가 시작되는 오는 26일 안에 모든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내부 일정을 정했다. 분위기는 썩 좋지 않지만 밀어붙이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보 개혁 때문에 외교 일정까지 늦췄다. 이번 주(18∼24일) 예정됐던 괌, 인도네시아, 호주 순방을 21∼26일로 연기했다. 외교적 결례까지 무릅쓰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집중하는 것은 대중 집회다. 지난해 여름 미국 내 여론을 양분시키며 뜨겁게 달구었던 건보개혁안 타운홀 미팅을 잇따라 가질 예정이다.
지난주에는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 등을 방문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오하이오주를 방문하는 등 이번 주에도 대중 집회를 계속한다. 그는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를 걷어 올린 채 흡사 대선 선거운동을 하는 듯한 태도로 대중 집회를 갖고 있다. 일부 보수 세력들은 ‘또 선동 정치를 시작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의 극렬한 찬반양론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상원이 통과시킨 건보개혁법안을 하원에서 그대로 가결시킨 뒤 대통령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효시키는 방안을 강력히 검토 중이다. 이후 즉시 상원이 ‘조정’ 절차를 발동, 하원이 요구하는 일부 내용을 반영해 수정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사실상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사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 순방을 연기한 것이다.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편법이라는 비난까지 받아가며 조정 절차를 발동하는 것은 상하원 단일안 조율작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또 매사추세츠주 상원 보궐선거 패배로 민주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원의 ‘슈퍼 60석’ 구도가 깨져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조정 절차를 발동하면 상원의 과반인 51석의 찬성만 있으면 법안이 가결된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강행 처리 직전에 백악관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상원이 통과시킨 건보안 내용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추후 법안 내용에 이들의 주장을 반영해주거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야 줘야한다. 그래서 또다시 진보세력으로부터 법안 내용이 후퇴했다거나, 편파적 지역구 지원 등의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도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휴회 이전 마무리 의지가 워낙 강해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