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유동성 확보 ‘비상’

입력 2010-03-14 19:30

자금압박으로 ‘줄도산’ 공포에 떨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차입을 통한 자금마련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유상증자나 공모사채 발행, 사업 지분 매각 등 재무구조개선 작업으로 긴급 수혈에 나서는 것이다.

한라건설 우리사주조합은 16일 우리투자증권에 일괄청약을 실시한다. 앞서 지난 11일 신주 1036만2944주를 주주 우선배정 후 일반청약 형태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힌 한라건설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신주 20%(207만2588주)에 대해 청약신청을 받았었다.

회사 관계자는 “동종 타사와 비교할 때 자본금 비율이 낮아 재무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재무안전성을 다지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라건설은 유상증자를 통해 다음달 초 100억원 규모의 은행 차입금과 오는 7월과 8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900여억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의 경우 지난 11일 7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했다. 600억원은 만기 1년 6개월·연리 8.9%, 100억원은 만기 3년·연리 8.9%로 발행했다. 당장 오는 16일 만기도래하는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타 차입금을 갚기 위해서다. 나머지 200억원도 동부엔지니어링, 동부씨엔아이 등에 발행한 어음 상환에 쓸 예정이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인 성지건설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9일 자사주 53만주를 전부 팔아치웠다. 이달 초에는 2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등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경남기업은 지난 10일 마다가스카르 니켈광 개발사업 보유 지분 2.75% 가운데 1.5%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매각하면서 35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했다.

경남기업은 2006년 10월 한국암바토비 컨소시엄에 참여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 후 올 하반기 생산을 앞두고 있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나머지 니켈광 지분도 다음달 중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당분간 영업이익이 급증하기 어려운 중견업체들의 경우, 타인자본으로 발생되는 이자비용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유상증자나 사업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찬 김현길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