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원칙 세운 美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보수’ 텍사스주 교과서에서 삭제된다

입력 2010-03-14 20:12

미국 남부의 보수 지역인 텍사스주가 교과서에서 토머스 제퍼슨(사진) 전 대통령을 삭제하기로 잠정 결정,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의 진보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는 13일 텍사스주 교육위원회가 이번 주 사회과목 교과과정 개편과 관련한 회의를 갖고 미국 사회에 영향을 준 계몽주의자로 서술돼 온 제퍼슨 전 대통령을 삭제하고, 보수 종교 지도자의 아이콘이었던 존 캘빈 등을 대신 넣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전했다.

텍사스 교육위는 “존 로크, 토머스 홉스, 볼테르, 찰스 드 몽테뉴, 장 자크 루소, 토머스 제퍼슨의 계몽사상이 175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정치적 혁명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라”는 현행 교과서의 서술에서 제퍼슨을 삭제하고 토머스 아퀴나스와 윌리엄 블랙스턴 경을 넣는 방향으로 수정을 가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을 지낸 정치가이자 철학자로, 미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나 현 민주당의 효시 격인 민주공화당 결성을 주도한데다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웠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수난을 겪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위는 또 미국 정부 형태를 서술하는 단어 가운데 ‘민주주의적(democratic)’을 빼고, ‘입헌 공화제(a constitutional republic)’로 대체하도록 했으며, “미국 행정부는 특정 종교를 다른 종교에 우선해 홍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의무화한 종전 학습지도 규정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일선 교사들은 이번 개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정교분리의 철학적 논거를 부각시키지 못한 채 유대-기독교가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미친 영향을 설명하도록 요구받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