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感天… 팬택 박병엽 창업자의 헌신

입력 2010-03-14 19:42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팬택의 채권단이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에게 발행 주식의 10%인 1억640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스톡옵션은 공이 있는 경영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의미에서 주어지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 박 부회장에게 회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워크아웃 중인 회사 창업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채권단이 그렇게 한 데는 이유가 있다. 1991년 팬택을 설립한 박 부회장은 2006년 12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는 당시 4000억원대에 달했던 주식을 비롯해 전재산을 채권단에 내놓고 오로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의종군’했다. 핵심 측근까지 내보내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그에게 휴일은 없었다. 임직원들도 주말을 반납하며 고통에 동참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팬택은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미국 퀄컴사는 그의 헌신과 노력을 인정해 팬택에서 받을 로열티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지분투자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로열티를 돈 대신 워크아웃 기업의 주식으로 받은 매우 드문 사례로, 박 부회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채권단은 수많은 워크아웃 기업을 상대한다. 대부분의 대주주는 경영권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경영 실패를 운이 없었던 탓으로 돌리며 사재 출연을 거부한다. 내가 죽으면 너도 다친다는 식으로 채권단을 압박해 기득권을 유지한 채 혜택만 누리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달랐다.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고 구조조정은 과감했다. 일에 대한 집념과 열정은 대단했다. 그리고 회사는 조금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채권단은 그런 박 부회장에게 뭔가 빚을 진 것 같은 부담감을 갖게 됐을 것이다.

박 부회장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600원으로 현재 가치에 비해 상당히 높다. 따라서 권리를 행사하려면 경영을 좀 더 호전시켜야 한다. 박 부회장이 보란 듯이 회사를 살려내 모럴 해저드에 빠진 국내 산업계에 워크아웃의 모범 답안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