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녹내장

입력 2010-03-14 17:34


백내장 황반변성 등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3대 안과질환으로 꼽히는 녹내장은 안압이 올라가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해 ‘사물을 보게 하는’ 신경이다.

따라서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차츰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시력을 모두 잃어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매년 450만 명 정도가 녹내장으로 실명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그 수가 1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40세 이상 성인의 녹내장 유병률이 3.4%에 달해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녹내장에는 급성과 만성형 두 종류가 있다.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급성 녹내장은 안구 통증, 두통, 구역질 혹은 구토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내과나 신경과 질환으로 오인해 임의로 진통제만 복용하며 버티다가 녹내장 발견 및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녹내장이다. 실명 직전인 말기에 이르도록 특별한 이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녹내장 환자의 90% 이상이 만성형이다.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병이다. 정상 범위(10∼21㎜Hg)의 안압에서도 시신경 주위 혈류장애 등에 의해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동양인에서는 고안압(22㎜Hg 이상) 녹내장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녹내장은 부모가 병을 앓을 경우 발병 위험이 2∼3배 이상 높아지고, 형제 중 환자가 있는 경우엔 그 확률이 5∼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녹내장에 걸린 부모나 형제가 있는 사람은 어린 나이라도 전문병원을 찾아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검사해 보는 게 안전하다. 녹내장에 걸리면 한번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킬 방법이 없으므로 무조건 실명하게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녹내장에 걸렸다고 해서 바로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진행을 멈추거나 늦출 수 있다.

최재완 한길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진료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