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쪽지] 캐나다 동전의 모델이 된 올림픽 영웅

입력 2010-03-12 18:14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25센트 동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동전 한 면에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나무 잎이 그려져 있는데 은색이 아니라 빨간색이었기 때문입니다. 은색 바탕에 빨간색이 도드라져 보이는 동전이었습니다.

동전에는 빨간색 단퐁나무 잎 위로 한 사람이 빠르게 얼음 위를 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주인공은 캐나다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신디 클래슨이었습니다.

클래슨은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낸 캐나다의 올림픽 영웅입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하나 땄던 그는 지난달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메달을 추가하진 못했습니다.

캐나다 조폐국은 지난해 25센트 주화 생산량 중 2200만개에 클래슨의 모습을 새겼고 그 중 300만개만 단풍나무 잎을 빨간색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300만개 중 하나를 본 셈입니다.

동전의 빨간색보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기념주화가 아닌, 시중에 통용되는 일반 동전에 운동선수가 모델로 등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근엄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는 동전의 바로 뒷면에 나이 서른에 불과한 스케이팅 선수를 그려 넣은 것에 대해 잘한 일이다, 혹은 잘못한 일이다라는 판단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동계 올림픽 개최를 갈망하고 있는 우리로선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동계 올림픽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인식을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밴쿠버=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