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오염·부패로 사망 시점 판단 실패

입력 2010-03-13 01:35

부산 여중생 이모양의 사망시점에 관한 공식 발표가 늦어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살인사건의 경우 시신 발견 당일이나 늦어도 1~2일 뒤 사망시간에 대한 전문가 소견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이양 시신이 발견된 후 6일이 지난 12일 현재까지도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양의 시신을 부검했던 부산대법의학연구소 허기영 소장은 “이양 사망시점에 대한 법의학적 판단은 시신 발견 당시 현장 상황의 복잡성 때문에 사망시기를 특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여서 계속적으로 조사 및 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의학연구소는 시신 경직도나 부패 정도 등을 통한 통상적인 사망시기 판단 대신 보다 정밀한 눈동자 내 ‘안방수(동공수)’를 통한 조사를 실시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측은 “안구의 부패성 오염 때문에 판정이 어려운 상태이며, 오염 시기는 부패가 진행되면서 이뤄졌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망시간 판정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직장 온도 측정법이 사용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장이나 간의 온도를 측정하거나 안방수 조사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연구소 측은 안방수 조사가 무산됨에 따라 이양 장기조직에 대한 정밀 분석을 실시 중이며 결과는 다음주쯤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에서 이번의 경우 사망시간을 특정할 수 없거나 시간대가 너무 넓게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 경우 피의자 김길태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사건 전모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7일 실시된 이양 검안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양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하지 않아 사망시점이 3월 2~3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영상 4도 미만에서는 균이 자라지 못해 시신이 깨끗할 수 있기 때문에 살해시점이 납치 직후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의학 담당자는 “통상 유기된 사체는 훼손이 심해 정확한 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데다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서 당국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