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서 횟가루통 발견… 시신 은닉때 사용했나 주목

입력 2010-03-12 21:22

경찰이 부산 여중생 이모(13)양의 사망 시점을 납치 추정 시간인 지난달 24일 오후 7시10분에서 26일 오전 10시49분 사이로 추정하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정황 때문이다.

첫째는 6일 밤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 빈 물탱크로부터 5m 떨어진 곳에 있던 같은 횟가루통이다. 사상경찰서 경찰관들은 사건 발생 후인 지난달 26일 오전 10시49분쯤 부산 덕포동 이양 집 인근을 수색하던 중 횟가루가 든 고무통을 발견, 수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경찰은 또 이양 시신을 찾아낸 6일 오후 11시10분쯤 같은 위치에 있던 고무통을 촬영했다.

8일 간격으로 찍은 두장의 사진을 비교한 결과 고무통 속의 횟가루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따라서 이양 시신을 덮는 데 이 통에 들었던 횟가루가 사용됐다면 이양 시신 유기 시점은 경찰이 첫 번째 사진을 찍은 지난달 26일 이전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2장의 사진을 보면 높이 30㎝, 직경 80㎝ 크기인 붉은색 고무통 속에는 흰색 횟가루가 3분의 1 정도 담겨 있으며 석회 상태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다.

그러나 사진상으로 보면 고무통 속의 파란 바가지의 위치가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희웅 사상경찰서장은 “문제의 통이 처마 밑에 위치한 데다 8일간의 시차가 있어 그 사이에 비 등이 내려 바가지 위치는 옮겨졌을 수 있지만 본질적인 변화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내세우는 두 번째 정황 증거는 김길태가 이양 납치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10시쯤 만취상태에서 안양교도소에 함께 수감됐던 친구 김모(33)씨에게 전화를 한 부분이다. 김길태는 당시 공중전화로 7차례 전화를 걸어 “친구야. 너한테 중요한 할 말이 있다. 친구야”라고 말한 뒤 한숨만 계속 내쉬었다. 당시 친구는 급한 사정으로 이 말만 들은 뒤 전화를 끊었다.

친구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길태로부터 전화가 걸려올 당시에는 길태의 사건을 전혀 몰랐는데 TV를 통해 김길태가 공개수배된 것을 본 순간 그때 전화통화가 떠오르며 친구가 사고를 쳤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길태는 또 같은 날 오후 덕포동 자신의 양아버지 집에 들러 검은색 운동화를 흰색 운동화로 바꿔 신은 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난 범인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경찰은 김길태가 같은 날 친구와 경찰에 여려 차례 전화하고 운동화를 바꿔 신은 점 등이 이양을 살해한 뒤 불안한 심리상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