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땐 지방선거 지각변동… 與 ‘대항마’ 셈법 복잡
입력 2010-03-12 18:28
한나라당 친이계 핵심 의원은 12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어제(11일) 재판에서 진술이 바뀌는 것을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는 곽 전 사장의 법정진술이 오락가락하자 여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우려다.
곽씨의 진술만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진술이 신빙성을 잃게 되면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무죄가 선고되면 서울시장 선거구도뿐 아니라 6·2 지방선거 전체를 뒤흔드는 ‘쓰나미’가 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걱정이다. 특히 곽씨가 “계속된 조사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하면서 자칫 ‘정권 심판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탓인지 한나라당은 이날 야권에서 ‘한 전 총리 수사는 짜맞추기 수사’라고 총공세를 펴는데도 공식 대응을 일절 하지 않았다. 핵심 당직자들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 후보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무죄 선고를 염두에 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만약 무죄가 선고되면 누가 대항마로 적합하냐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 측에서는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오세훈 대세론’이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야권 공세를 막는 데는 개혁성이 가장 돋보이는 원희룡 의원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는 여성 대(對) 여성 구도로 한 전 총리와 나란히 세울 경우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오세훈 대 야권 단일 후보’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박빙의 승부로 나오는 상황에서 ‘무죄’ 변수가 나오면 어떤 후보로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제3의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당장 어디서 그런 후보를 구해오느냐는 게 고민이다.
반면 곽씨 진술이 오락가락하더라도 결국 유죄가 선고될 것이란 낙관론은 여전하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검찰이 설마 한 전 총리 같은 거물을 수사하는데 그렇게 엉터리로 했겠느냐”고 말했다. 유죄 선고 때에는 한나라당 경선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누가 나가든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본선보다 경선에 더 신경 쓸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후보 교체론 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