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젊은이들 좌절감’ 강 건너 불 아니다
입력 2010-03-12 18:46
대부분의 일본 젊은이들이 자신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자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자산운용회사 피델리티투신이 올 1월 인터넷상에서 대학 2∼4년생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일본의 장래에 희망이 없다’고 답했다.
차세대 일본의 동량이 될 젊은이들의 가슴앓이가 자못 심각하다. 장래에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물어본 바에 따르면 ‘재정적자 심화로 인한 젊은층 부담 누증 예상’ ‘고용불안 계속’ 등이 70%대로 가장 많았다.
일본의 적자재정은 올 예산의 56%를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 더불어 국가부채도 누적적으로 늘어간다. 최근엔 글로벌 기업들마저 속속 일본을 빠져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 위축으로 구직난, 청년실업난의 회복 기미가 안 보인다.
문제는 일본 젊은이들이 지금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GDP 대비 40%를 밑도는 한국의 국가부채율은 180%에 이르는 일본의 그것에 비하면 매우 낮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한국의 부채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글로벌 기업의 철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이는 일본 시장이 투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글로벌 기업 환경 차원에서 보면 한국 역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경직적인 노동시장의 존재를 비롯해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몇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데서 보는 것처럼 무수한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자리 부족은 글로벌 금융경제위기 이후 나라마다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는 지난 10여년 동안 전체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비율이 두 배로 늘어 35%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그에 못지않다. 그마저도 얻지 못해 아우성이다. 우리 젊은이들 중에도 미래에 대한 좌절감이 벌써 뿌리내렸을지 모를 일이다.
일자리 창출, 글로벌 기업 환경 개선, 국가부채의 안정적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 안에 청년의 희망, 나라의 미래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