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제거 美에 맡겨놓고 전작권 이양?
입력 2010-03-12 18:45
북한 유사(有事) 시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미군 전문부대가 한·미 합동 군사훈련 키리졸브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11일 기자회견에서 그같이 밝혔다.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이 전문부대는 2007년 을지포커스 훈련과 2009년 키리졸브 훈련에도 참가했지만 미군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 문제가 관심을 끄는 것은 “WMD 처리를 미군이 전담하는 것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서다. 샤프 사령관은 “WMD 제거 부대는 실전에도 참가할 것이며 그런 방침은 전작권 이양 후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전작권 이양 후에도 부분적으로 미군의 독자 전작권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 핵무기 처리에 대한 미국의 배타적 권리를 추구하는 것인 동시에 전작권 이양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한국이 전작권 이양에 따른 막대한 국방예산을 부담하면서도 북한 전력의 핵심인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의 제거를 미군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 자주국방은 공허한 구호다.
샤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WMD 제거와 해병대의 강습작전은 미군이 주도하기로 한·미가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작권 이양 합의가 전면적이 아님을 인정한 셈이다. 국민 1000만명 이상이 전작권 이양에 반대하거나 일정을 늦추라는 청원 운동에 서명하고 있음에도 샤프 사령관이나 우리 국방부 수뇌부는 전작권 이양 일정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단언하고 있는 게 이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부분적이라고 해도 하나의 유사 상황에 두 개의 지휘체계가 존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WMD 제거를 미군이 맡는 것은 국군이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충분히 대비할 능력이 없다는 방증이다. 마침 오바마 정부에 영향력이 큰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미국 전문가들도 전작권 이양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올해 안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