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라파공동체 운영하는 윤성모 목사… 알코올 중독자 회복의 길 안내
입력 2010-03-12 18:08
대전 중구 대사동에 라파공동체라는 알코올중독 치유공동체가 있다. 술에 중독돼 생이 황폐화된 사람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회복시켜 세상에 다시 보내는 귀한 장소다. 알코올 중독자 치유가 중심이지만 도박 및 주식, 약물 등에 허물어진 각종 중독자들도 이곳에서 회복으로의 먼 길을 떠난다.
라파공동체 입소 정원은 20명. 입소의 유일한 조건은 술을 끊고자 하는 열망이다. 공동체 생활 중 한 방울의 술이라도 입에 대면 즉각 퇴소된다. 중독에서의 탈출은 쉽지 않다. 라파공동체 입소자 가운데 단주 1년의 치유과정을 수료하는 비율은 30% 남짓. 이정도도 중독자 치유에서는 상당한 성과다. 그만큼 중독자 사역의 결과는 더디게 나타난다.
라파공동체는 24시간 거주형 생활공동체다. 모든 입소자들이 함께 생활해야 한다. 노아의 방주와도 같다. 혼자서는 술을 끊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회복의 길을 모색하다보니 세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온다. 중독의 고통과 회복의 기쁨이 공존한다.
윤성모(51) 목사는 이 라파공동체의 대표이자 회복된 중독자들로 구성된 사랑과섬김의교회 담임이다. 윤 목사와 부인 조현경(50) 사모, 딸 지희(23)양은 2002년 공동체가 설립된 이후부터 중독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중독자들에게 윤 목사 부부는 부모였으며 지희양은 여동생이었다. 세상에서 회피하는 중독자들과 함께 사는 것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윤 목사 부부는 어떻게 중독자들과 함께 살 생각을 하고, 실제로 실행했을까.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윤 목사는 35세에 하나님을 만났다. 삶의 회의에 빠진 그에게 운명처럼 하나님이 찾아 오셨다. 곤고한 그에게 하나님은 말하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여 내게로 오라.” 인생이 변했다. 새롭게 태어났다. 예수 그리스도는 윤 목사의 꿈과 인생의 깃발이 되었다.
98년 단기선교로 찾은 튀니지, ‘땅끝’이라 여겼던 그곳에서 하나님은 새로운 ‘땅끝’을 보여주셨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자신이 가야할 땅끝임을 깨달았다. 장애인과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들을 품기로 했다. 자신의 인생 계획에는 없지만 하나님의 계획 속에는 들어 있는 그 사람들을 섬기는 데 인생을 바치기로 했다. 이 목사 부부는 2000년 5월부터 대전에 내려와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며 알코올 중독자 치유사역을 시작했다.
이어 예수원과 중독치료공동체인 영국 켄워드 트러스트를 모델로 2002년 라파공동체를 열었다. 2004년 침례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중독치유사역을 사명으로 하는 사랑과섬김의교회를 세웠다.
중독자들은 라파공동체에서 가족으로서의 삶을 재경험한다. 공동체에서 수용되고 용납됨을 느끼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 된다. 공동체에서는 모두가 내면의 갑옷을 벗어 던져야 한다. 완전히 발가벗어야 말씀 그대로를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중독에는 완치란 없다. ‘리커버드(Recovered·완치)’가 아니라 ‘리커버링(Recovering)’이다. 결국 궁극적 치유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다. 중독의 대상, 가령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술 대신 하나님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치유될 수 있다. 그래서 라파공동체는 예배와 큐티, 전문적인 상담과 영적 훈련을 통해서 중독자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말이 쉽지 중독자들과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사역, 어렵게 중독의 사슬에서 탈출했다가 다시 재발한 형제들을 보는 고통, 주위의 무관심….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들었다. 탈진한 엘리야처럼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라고 외칠 때에 하나님은 윤 목사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네가 내 열매란다. 너 하나로 나는 이미 충분한 열매를 거뒀단다.” 윤 목사는 깨달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주님이 있으라고 한 그 자리에 있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그 깨달음이 이들 부부가 지금까지 사역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윤 목사는 최근 라파공동체 사역이야기를 ‘사랑이 희망이다’(생명의말씀사)라는 책으로 펴냈다.
윤 목사는 목회를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윤 목사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주의 이름으로 상한 자를 고치고, 병든 자를 치유하는 것 아닌가. 윤 목사와 조 사모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 주의 일을 하는 이들 부부야말로 행복한 사역자들일 것이다. 지금 술로 인해 인생이 파탄 나고 있다 생각된다면 라파공동체의 문을 두드려보시라. 거기 회복의 길이 있다(042-254-3185).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