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바이오닉스 기술 발전 TV 속 ‘소머즈’ 현실로

입력 2010-03-12 18:08


테니스 선수였던 제이미 소머즈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다가 낙하산이 안 펴져 큰 부상을 입고 양다리, 왼쪽 팔, 오른쪽 귀를 잃는다. 생체공학 수술을 받고 재활한 소머즈의 오른쪽 귀는 뛰어난 청각 능력을 발휘한다. 또 왼 팔은 불도저를 능가하며 두 다리는 시속 60㎞ 속도로 달린다. 이 이야기는 1970년대 후반 국내 TV에서 방영돼 많은 어린이들에게 과학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일깨워줬던 외화 소머즈 시리즈 ‘바이오닉 우먼’의 도입부다.

당시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이런 장면들이 현실로 바짝 다가와 있다. 바로 생물학(biology)과 전자공학(electronics)이 융합해 탄생한 ‘바이오닉스(bionics)’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바이오닉스는 파손된 조직이나 신체의 일부를 인공물로 대체하는 생체공학 기술을 말한다. 특히 로봇 기술과 생체 신호의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상호연결)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진보된 결과들을 낳고 있다. 영국의 의수 제조업체인 RSL스티퍼는 최근 근육과 전기를 결합해 움직이는 생체공학 손인 ‘비바이오닉’을 만들어냈다. 잘려나간 팔 부분의 피부 신경에서 오는 전기 신호를 찾아내서 이를 통해 의수를 제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06년 컴퓨터 제어의 부착식 로봇 다리(옷)를 개발했다. 이 다리(옷)를 ‘입은 사람’은 10파운드를 나르는 체력 만을 갖고도 200파운드의 짐을 나를 수 있다. 연구팀은 이것을 노인이나 환자의 거동을 도와주고 군대에서 병사들이 중무장하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초인적 체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사람의 근육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바이오닉 근육, 소리를 전자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함으로써 청각 기능을 되살려 주는 바이오닉 귀, 망막이 손상된 사람에게 이식될 바이오닉 눈, 냄새를 맡는 바이오닉 코, 화학적 메커니즘으로 맛을 감별하는 바이오닉 혀 등도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손상된 신경 기능을 복원해 주는 ‘인체 이식형 신경 전극기’ 개발에 성공해 현재 전임상(동물실험) 단계에 있다. 윤인찬 박사는 “이 기술이 몇 년내에 실용화되면 노화나 사고, 질병 등으로 동작 기능이 상실 또는 약화된 노인, 장애인들의 일상 활동을 완전히 복원하는데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마비 등으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인은 언어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해 언어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치매 환자 역시 손상된 뇌 부위 기능을 전기 자극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