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얼굴, 사안따라 공개… 경찰, 국민 알권리 중시

입력 2010-03-11 19:04

경찰이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와 같은 흉악범은 필요시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김중확 수사국장은 11일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할 때 김길태의 경우 얼굴을 공개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그동안 피의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보호한 측면이 있어 앞으로는 사안에 따라 흉악범의 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김길태의 얼굴 공개는 경찰청 지침이 아닌 부산 수사본부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길태는 공개수배로 얼굴이 알려진데다 DNA 대조 결과 증거가 명확해 얼굴을 공개할 수 있었다.

경찰이 필요시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피의자의 인권보다는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보다 중시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05년 10월 경찰청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만든 이후 피의자의 얼굴 노출을 제한했다.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등 연쇄살인범이 검거됐을 때 모자나 마스크를 이용해 얼굴을 가렸던 것은 이 규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경찰 방침에도 불구하고 흉악범 얼굴 공개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인권침해 및 초상권 논란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범행 수단이 잔인한 특정강력범죄, 충분한 증거 구비, 국민 알권리 및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 부합,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4가지에 해당하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은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특례법이 규정한 4가지 사안을 고려해 공개여부를 판단하고, 법 개정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