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BS강의 키워 사교육 기세 꺾어라

입력 2010-03-11 19:07

EBS 수능 강의를 통해 사교육을 제어하려는 교육 당국의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EBS,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그제 수능 강의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 강화를 담은 교류협력협정서(MOU)를 체결하고 수능에 EBS 강의 내용을 70% 이상 반영키로 했다.

적극 환영한다. EBS 강의가 그동안 사교육 업체에 밀린 것은 수준 탓도 있지만 수능과의 연계성이 미흡했던 이유가 더 컸다. EBS 강의의 2010년도 수능과의 직간접 연계율은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에서 76.7∼84%에 이른다. 하지만 직접 연계율만 보면 언어 30%, 수리 가 40%, 수리 나 56.7%, 외국어(영어) 30%로 뚝 떨어진다. 이 정도론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에서 빼내오기 어렵다.

직접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직접 연계율은 문항 자체가 아예 비슷하거나 숫자만 바꾸는 등 일부만 변형되기 때문에 EBS 강의가 갖는 파급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의 일대 변화까지 예상된다. 이날 협정 체결 후 대표적 사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의 주가가 전일 대비 10.8% 하락한 것은 상징적이다.

EBS를 인터넷 강의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교육 시장은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엔 규모가 2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사교육의 기세를 꺾기 위해선 학원 심야교습 단속,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교육 업체보다 더 질 좋고 수능 반영률 높은 강의를 EBS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스타 강사가 총 출동하는 EBS 강의가 학교 수업을 지배해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운영의 묘를 잘 살리면 된다. 교실 수업이 소홀해지지 않는 범위에서 공교육의 보완재로 EBS 강의를 지혜롭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EBS 수능 강의는 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나 지방 학생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을 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교육 당국은 철저한 준비와 시행으로 학생들이 정말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EBS만 보면 대학에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