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동산시장 대세 하락기?

입력 2010-03-11 19:05


부동산시장이 냉랭하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대한 조건부 재건축 허용 결정이 났으나 대치동은 물론이고 개포동 주공아파트 등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호재가 통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통상 재건축 단지가 부동산 시장 흐름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시장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서울 대치동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거리. 대치동 C부동산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허용 이후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효과가 이미 반영된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시장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재건축 가이드라인이 나온 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부동산 최모 대표는 “가이드라인이 나온 후 매도자들의 문의가 있어 매수 대기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응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돼 아직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가 있고 용적률이 기대보다 다소 낮게 나온 것도 영향을 미친 거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은마아파트 재건축 허용 판정이 난 지난주 서울 재건축 단지 가격 하락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서울 재건축 단지의 가격 변동률은 -0.26%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 지역 전체의 부동산 매수심리 역시 7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 가격은 전 고점을 넘어서는 등 가격이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어 수요자들이 쉽게 뛰어들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소형평형 의무비율 유지 등 용적률과 관련한 규제가 여전하고, 과거와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익률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재건축을 제외한 기존 주택 시장은 물론 신규 분양 시장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유지되는 한 기존 주택 시장은 현재와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실효성 논란이 있긴 했지만 건설사들이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던 양도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지난해 청라지구 등에서와 같은 신규 분양 돌풍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의 침체를 넘어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경우 큰 흐름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본적으로 신규 아파트 물량에 대한 실수요 연령대인 30∼40대 인구가 2013년 최대치를 기록한 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재개발·재건축이 줄줄이 예정돼있는 상황에서 쉽게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세 하락을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