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5만달러 공관의자에 놓고왔다”… 검찰 기소 당시 “건네줬다”와 내용 달라

입력 2010-03-12 00:18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5만 달러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11일 돈을 전달한 당시 상황에 대해 “총리공관에서 오찬을 마치고 돈 봉투를 (내가) 앉았던 의자에 두고 왔다”고 밝혔다.



◇5만 달러, 의자에 두고 나왔다=곽 전 사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에게) 소개를 잘 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돈을 의자 위에 두고 나오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곽씨의 이런 진술은 검찰이 지난해 12월 한 전 총리를 기소할 당시 ‘곽씨가 봉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줬다’고 명시한 상황과 다른 것이다.



곽씨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곽씨는 한 전 총리와 정 대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함께 2006년 1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오찬을 가진 뒤 의자에 돈 봉투를 놓아뒀다. 한 전 총리가 이를 봤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총리 공소장에 ‘곽씨는 한 전 총리와 둘만 남아 있는 기회에 2~3만 달러씩이 있는 편지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줬다’고 기재했다. 유·무죄 판단의 핵심 쟁점에 대한 진술이 검찰 기소와 다르다고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곽씨가 부인하거나 번복한 게 아니다”며 “곽씨가 봉투를 놓고 나오면서 죄송하다고 할 때 한 전 총리가 웃었다는 반응이 있었으며, 식사 후에 봉투 2개를 줬다는 진술은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죽을 거 같아서 불었다”=곽씨는 새벽까지 이어진 검찰의 조사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조사 당시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조사 받고 새벽 3시 넘어서야 구치소에 도착했다”며 “구치소에서는 오전 5시쯤에 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전 총리 부분을 진술한 경위에 대해서도 “검사님이 정치인을 불라고 해서 불었다” “검사님이 (자신이 졸업한) ‘전주고 나온 사람들 다 대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 당시 가족과 변호인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고, 건강을 고려해 식사도 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하게 했다”며 “곽씨 진술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와 골프채 사러 같이 갔다=2003년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 재직 당시 곽씨와 함께 골프백화점을 방문해 1000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샀다는 진술도 나왔다. 곽씨는 “당시 아이언 가격이 600만원이었고, 클럽과 백 등을 합하면 98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한통운 서울지사에서 발행된 수표 1000만원의 전표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곽씨는 석탄공사 사장 임명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 밤 9시쯤에 통화를 한 적이 있다면서 “(한 전 총리가) 석탄공사인지 한전인지에 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기억했다. 또 석탄공사 사장에 임명되지 못했을 때 한 전 총리가 “그냥 계시면 되는 거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이 기억하시더라”고 했지만 어떤 맥락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양진영 임성수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