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 언제·어떻게 살해됐나… 밝혀야 할 범행 물증

입력 2010-03-12 00:15

경찰이 10일 검거된 김길태를 대상으로 밝혀내야 할 핵심적인 사항은 이모양 살해 동기와 방법 및 시점, 여죄 등이다. 그가 어떻게 장기간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다녔는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경찰은 우선 이양의 살해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살해시점이 경찰의 공개수배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한 동기를 파악할 수도 있고 경찰 수사과정이 적절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공개수사로 전환한 데 이어 2일 김길태를 공개수배했다. 공개수사 이후 이양이 숨졌다면 용의자로 지목돼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성급하게 공개수사로 전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이양이 납치된 이후 수일간 살아있다가 숨졌다고 해도 경찰의 늑장 검거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양의 살해 방법과 장소, 사체 유기방법 등에 대한 의문점도 경찰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양의 사체는 지난 6일 이양 집에서 50여m 떨어진 K씨(65) 집 뒤편 보일러실 위에 설치된 빈 물탱크에서 발견됐다. 김길태가 이곳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이 살고 있던 곳이어서 일반적인 범행장소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범행이 다른 곳에서 이뤄졌다면 무거운 이양 시신을 어떻게 옥상까지 옮겼는지 등이 의문으로 남는다.

김길태의 여죄를 밝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김길태는 지난 3일 경찰에게 붙잡힐 뻔한 상황에 직면하자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2대 등이 든 가방을 놓고 달아났다.

검거 당시에도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현금 20여만원, 여아용 분홍색 털장갑, 십자형 드라이버, 면장갑, 비닐장갑 등을 갖고 있었다.

이는 김길태가 이양 납치·살해 사건을 전후해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도피과정에 끼니와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평소 즐겨 피우던 외제담배를 안정적으로 입수한 방법을 찾는 데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또 지난 2월 24일 이양이 실종된 후 김길태가 검거될 때까지 14일간 어디서 어떻게 숨어 있었는지, 그리고 경찰의 촘촘한 포위망을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도 향후 경찰력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반드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