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밝혀지는 도피 행적… 이양 납치 다음날 양부모집 들러 운동화 바꿔신어

입력 2010-03-12 00:14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33)의 행적이 경찰 수사 결과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수사본부장인 김영식 부산경찰청 차장은 11일 브리핑에서 김길태 체포 당시 수거한 유류품 17점에 대한 분석과 공중전화를 이용한 통화 내역 조사 등을 토대로 대략적인 김길태의 행적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길태는 이양 납치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양부모 집에 들러 운동화를 바꿔 신었다. 경찰은 이양 집에서 채취한 족적과 체포 당시 김길태가 신었던 흰 운동화가 일치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 조사한 결과 운동화 교체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양을 납치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과정에서 흔적이 남았거나 훼손돼 운동화를 갈아 신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길태는 이양 납치를 전후해 사건현장인 덕포동을 벗어난 적이 있긴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인접 동네를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사건 발생 전인 2월 초순 이양 집 인근 빈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었으며 이양 시신이 발견된 덕포동 인근 파란 대문 집 부근에서 2~3차례 잠을 잔 사실도 확인됐다. 또 무속인 집 옆방에 1주일 동안 기거하면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납치 후에는 덕포동과 인근 삼락동 일대를 밤새 돌아다니고 괘법동 당산나무 인근에서 졸다가 공중전화로 주례동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 일대 지리를 잘 아는 김길태는 낮에는 폐가나 공가에서 경찰의 인력 배치 상황을 파악한 채 숨어 있다 밤에만 이동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체포 직전에는 주로 생라면으로 해결하다 덕포시장 일대에서 음식물을 훔쳐 배를 채웠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