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선거 ‘뇌관’ 한명숙 재판

입력 2010-03-11 18:37

무죄땐 與 유죄땐 野 치명

내달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이 속도를 내면서 정치권도 덩달아 바빠졌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유·무죄 결과에 따라 6·2 지방선거 전체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는 무죄를 받을 경우 사정 당국의 표적·편파 수사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당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표적 수사라는 비판 여론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정권 심판론’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오버랩되면서 급속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민주당은 보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선거에서도 득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런 시나리오는 여권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11일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아) 급부상할 경우 여권으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경원 의원 측은 “정권심판 성격이 적은 후보가 나서야 한다”며 “여성 후보끼리의 대결 구도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유죄가 선고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우선 후보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한 전 총리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당선돼도 재판으로 시장직을 상실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나설 경우 속수무책”이라며 “후보 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후보를 교체할 경우 오래 전부터 출마를 준비해온 이계안 전 의원이 대안 카드로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일각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지도부로부터 인천시장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자리로 유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영선 의원, 김한길 신계륜 전 의원도 대안임을 자처할 개연성이 있다.

여당으로선 본선 경쟁력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경선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한 여권의 음모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탄압받는 이미지를 강화해 완주하는 과정에서 동정론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