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지방선거… 현안마다 선봉서는 친이 ‘主戰파’
입력 2010-03-11 19:09
여권 내 주전파(主戰派)가 부상하고 있다. 시점은 지난 연말 세종시 수정안이 점화된 이후부터다. 여기에 6·2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주화파(主和派)보다는 주전파의 효용가치가 커지는 분위기다. 주전파는 싸울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신중하게 가려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공격의 선봉에 선다는 점에서 무작정 앞뒤 안 가리고 덤비는 돌격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청와대에서는 이동관 홍보, 박형준 정무,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주전파 3인방으로 꼽힌다. 한나라당에서는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태근 김용태 의원 등 소장 주전파들의 역할이 커졌다.
주전파들은 친박계와의 세종시 논쟁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동관 수석은 지난달 ‘강도론’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정면 대치했다. 이 수석은 브리핑에서 ‘박근혜 의원’이라는 호칭까지 사용하며 박 전 대표 비판의 선봉에 섰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강도론 논쟁으로 실점보다는 득점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논란의 여지는 있었으나, 지난달 28일 세종시와 관련된 ‘중대결단’ 발언 역시 이 수석의 작품이었다.
박재완 수석은 지난해 2월 세종시 수정안의 첫 입안자였고, 이후 1년간 수정안 정면돌파론을 주창해 왔다. 부드러운 스타일이지만 이번 세종시 싸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단을 보였다는 것이 청와대 내의 평가다. 박형준 수석은 이 대통령의 수정안 의지를 여당 내에 전파하며 주류들과의 막후 조율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때 여권 주류와 소원했던 정 의원은 이번 세종시 정국에서 ‘복권’에 가까울 정도로 관계를 회복했다. 정 의원은 대선 1등 공신 중 한 명이었으나, 2008년 ‘권력 사유화’ 발언 이후 권력 핵심부에서 멀어졌다. 정 의원은 1월 10일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박 전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이후 세종시 문제로 최전선에서 백병전을 치렀고, 지난 2월 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다. 1년 만의 청와대 방문이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정 의원에게 친근감을 표시했고, 여권에서는 이를 정 의원의 복권으로 받아들였다. 정태근 김용태 의원 등도 정 의원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 의원, 박형준 수석과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 소장 주전파들은 각종 당내 현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11일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통령을 위해 나설 수 있는 파이터(Fighter)들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향후 인사 등에서 이들의 발언권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일부 정무직 인사에서는 소장파가 추천한 인사들이 등용되는 경우가 있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필요한 국면에 필요한 사람의 역할이 커지는 것일 뿐, 누가 파워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시와 평시에 필요한 인재가 다르듯이 현안이 등장하면서 전투력이 높은 그룹이 주목받는 것일 뿐 여권 내 권력 지형 변화와는 관련 없다는 설명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