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저하 주범 무능교사 퇴출해야”-“천만의 말씀”… 美 교육계 두 여걸의 전쟁
입력 2010-03-11 18:34
“무능한 교사는 퇴출돼야 한다.”(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
“교사 평가방식이 잘못됐다.”(랜디 와인가튼 미국 교사연합회장)
코넬대 동문인 두 여장부가 미국 공교육 개혁을 둘러싸고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국계 미셸 리 교육감은 ‘창’이고, 와인가튼 회장은 ‘방패’인 형국이라고 10일 미국 시시주간지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두 여걸의 대립점은 교사들의 종신 재직권이다. 2006년 워싱턴의 공립교육 시스템 개혁을 위해 영입된 리 교육감은 종신 재직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종신 재직권 때문에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는 무능 교사들을 퇴출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들로 인해 미국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력의 관건이 교사의 질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미국 대부분 주에선 교사들이 교직 생활 2∼3년 정도면 종신 재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제도를 폐지하되 유능한 교사에게 최대 13만 달러의 성과급까지 주겠다는 게 리 교육감의 구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상당수 교육 전문가들의 동조를 얻고 있다.
뉴욕시의 경우 2008년 종신 재직권 교사 3만명 중 고작 3명만이 교단을 떠났고, 2005∼2008년 무능 교사 퇴출 비율이 0.1%에 불과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그러나 와인가튼 회장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와인가튼 회장은 교사가 무능해서 학생들이 공부를 못한다는 리 교육감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무능한 교사가 2% 이하에 불과한 데도 학력 저하의 모든 책임을 교사들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30만명의 교사가 소속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육노조인 교사연합회(AFT)를 이끌고 있다.
와인가튼 회장은 변호사 출신인 데다 언변이 좋아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장점이 있어 오바마 행정부를 배경으로 한 리 교육감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뉴스위크는 “저돌적이고 직설적인 스타일의 리 교육감과 언론을 잘 다룰 줄 알고 노련한 와인가튼 회장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미국 교육전문가들은 교사들의 재직권을 인정하되 교사의 퇴출을 용이하게 하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