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민도 “놀고먹는 의회, Go home!”

입력 2010-03-11 21:48


“워싱턴이 파산하고 있다.”



텍사스에 사는 존 캠벨(52)은 작금의 워싱턴 정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건강보험 개혁을 놓고, 이념을 놓고 민주·공화당이 싸움을 벌이면서 의회가 다른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신물 나는 여야 싸움에 미국인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AP통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Gfk가 지난 3∼8일 미국 전역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회에 대한 지지율은 겨우 22%다. 지난 1월에 비해 무려 10%포인트가 떨어졌다. 보기 드문 ‘참혹한 결과’라고 AP는 표현했다.

게다가 오는 11월 하원의원 선거에서 현역의원을 다시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0%뿐이다.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선거구에서 현역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을 뽑겠다는 뜻이다. 대개 지지도를 조사해보면 유권자들이 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많이 갖고 있어도, 그나마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에 대해선 호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감이 극도에 이르렀으며, 워싱턴 정치가 낙제점을 받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당 의원이든, 야당 의원이든 안심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의회의) 어느 누구도 일을 잘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거나 “의회가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확 바꿔야 한다는 응답들이 많은 것이다.

이같이 형편없는 지지율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민주당 지지율이 36%로 공화당(30%)보다 조금 앞선 게 민주당에는 위안이다. 11월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에서 민주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더 잃을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누가 다수당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44%, 공화당이 38%로 조사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지지율은 53%로 의회 지지율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는 여당에는 고무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등 안보 이슈에서 최소한 절반의 지지(55∼57%)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의회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다 지지와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바마 대통령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달 들어 건보개혁 입법안을 밀어붙이면서 의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10%를 넘나드는 실업률 등 경제 상황이 조만간 뚜렷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어 11월 선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