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기독교인-무슬림간 유혈 충돌 사태 악화

입력 2010-03-11 21:38

지난 남·북으로 갈려 ‘갈등 악순환’

WCC, 정부에 재발방지 대책 촉구


지난 7일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 유혈 충돌로 최소 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나이지리아 중부 플래토주 조스시(市)에서 9일 저녁(현지시간)에 또 다시 총격전이 발생, 주민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SIM국제선교회 소속 이능성 선교사는 10일 긴급 이메일 기도편지를 보내왔다.

이 선교사는 “조스 시내에 위기감이 감돌면서 집에서 1㎞ 떨어진 투둔와다 지역을 무슬림들이 공격해 오겠다고 해 주민들이 경계를 취하고 있다”며 “투둔와다 성도들이 이 밤을 무사히 지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북부 이슬람과 남부 기독교 간 유혈 사태가 악화되자 세계교회협의회(WCC)가 나섰다. 올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는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학살 사태와 관련해 11일 굿럭 조너선 대통령에게 사태 재발 방지와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트베이트 총무는 서신에서 “정치·경제 권력 투쟁에 종교가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선 종교 간 갈등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선한 뜻을 가진 나이지리아의 모든 사람이 종교 갈등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부터 8년 간 현지에서 활동한 최규정 한국SIM국제선교회 선교사도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독교인들은 복수심보다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며 “북부 기독교인들을 하나님께서 위로하시며 양측이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북부는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조스시가 속한 플래토주의 경우 2001년 이후 분쟁으로 3000여명이 사망했다고 12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보도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이삭 팜씨는 “이 지역은 북부와 남부의 중간 지역으로 오래 전부터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었지만 이슬람이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조스시는 현지 기독 교단과 해외 선교단체 본부 등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부 무슬림 입장에서는 남부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 장악해야 할 요충지이다.

나이지리아 무슬림은 10∼19세기를 거쳐 사하라 사막을 넘어 북부 지방에 정착했고 기독교인들은 19세기 선교사들의 활동으로 남부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두 종교 간 충돌은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급증했다. 현재 나이지리아 인구는 1억4000만명이며 기독교인이 40%, 이슬람교도가 50% 정도다. 이들의 갈등 원인은 무슬림들이 이 지역에서 수십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정착자’ 취급을 받으면서 선거권 행사에 차별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격차 역시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독교 측에서도 할 말은 많다. 영국 지배 하에서 무슬림들은 영국인을 적극 도왔고 이것이 독립 이후 남부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또 식민지 시절 부분적으로 시행돼온 이슬람 법률인 ‘샤리아’를 독립 이후 전면적으로 실시하면서 북부에 살던 그리스도인들은 자녀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무슬림들의 ‘묻지마’식 공격 역시 기독교인들을 위협한다. ‘월드넷데일리’는 지난달 21일 북부 카자우레시에서 무슬림 경찰이 신호 위반 무슬림 운전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무슬림들이 경찰서로 몰려가 항의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그 분노를 기독교인들에게 돌렸다고 보도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교사는 43명이다. 주로 남부에서 활동하며 미전도 부족을 위한 전도와 현지인 신앙 훈련을 위한 신학교 사역 등에 힘쓰고 있다.

신상목·김성원 기자 smshin@kmib.co.kr